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불타는 연애를 하고, 더 이상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같을 때. 가정을 꾸리고 싶을 때.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바로 임신! 물론 요즘에는 딩크족들도 적지 않다. 꼭 임신을 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 서로의 마음이 맞으면 그걸로 되는 거지. 굳이 너는 왜 딩크를 선택했어?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지, 나이 들어서 외롭다.라는 등의 쓸 때 없는 소리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와 마찬가지로, 너 이제 결혼한 지 꽤 되지 않았어? 신랑 나이도 있고, 더 늦기 전에 아이 갖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등의 오지랖 넓은 말도 굳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솔직히 나는 내 주변에 나에게 빨리 아이를 갖으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친한 친구들, 부모님 포함. 그런데 그냥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고,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꼭! 하는 멘트가 바로 '너는 임신 계획 없어?'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저도 갖고 싶은데 노력해도 안돼요!"라고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아이를 갖기로 노력한 지 1년!(사실 산전검사를 하고 난 뒤로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서 서로 행동으로 미리 검사를 받은 거지만, 이미 그전부터 노력은 해왔었음) 더 오랜 기간 동안 임신 계획을 하셨던 분들의 경우 '겨우, 1년밖에 안됐잖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난임클리닉은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도 진지하게 생각은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남편보다는 여자가 더 이런 부분을 챙기게 되니까. 어떤 날이 임신이 잘되는 가임기 인지, 배란일인지 기타 등등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임신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는 사랑을 나눴던 날을 생각해보면, 그냥 의무적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왜? 재택근무를 하는 나, 그와 반대로 여기저기 다녀야지만 하는 직업을 갖은 남편,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하고, 안방에 들어오기보다는 거실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난 뒤늦게 들어오니까. 그러다 보면 또 잔다. ㅋㅋ 물론! 내가 이때가 배란일이에요. 이때가 중요한 날이에요.라고 말하면 내 뜻을 충실히 따라준다.(남편도 남편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된다. 하 어렵다 어려워. 우리 부부만 이러는 건지. 아니면 남들 부부도 이런 건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매달 임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배란일을 체크하고, 사랑을 나누고, 2주 후 임테기를 바라보는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지쳤다고 할까? 그냥 다 싫은 느낌. 다들 이런 거 한 번쯤 오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1년을 채우고 나니까 조금 힘이 빠졌다. "뭐 언젠가는 임신이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인드 따위가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잠시 내려놓고 쉬려고 한다.
예전에 남편이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만약에 우리가 애를 갖지 못한다면, 내가 애를 낳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는지에 대해서, 그때 남편은 그랬다.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입양을 하자고 말이다. 물론 그 이상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때 당시는 나도 가볍게. 그래~ 그러면 되지. 했지만, 현실적으로 진짜 그렇게 할 자신이 있나?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다들 뭐 그리 급하냐고 , 이제 결혼한 지 2년밖에 안됬다고 말씀하시는 양가 부모님.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난 1년간 정말 노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됐으니 이제 몇 달은 좀 쉴까 한다. 임신이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이유는 나처럼 아무리 아이를 갖으려고 노력해도(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사람이 있고, 임신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덜컥 임신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즉, 내가 아무리 이런저런 조건을 모두 맞춘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된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기 때문에 임신은 신의영역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1년만 노력해보고 쉬려고 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나는 그냥 모든게 다 힘들다고 느껴지는 시기이니 그냥 쉬는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