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니의 소소한 이야기

결혼 한지는 이제 막 2년이 넘은 나. 원래는 1년만 신혼 생활을 즐기고 나서 아이를 가질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에 보건소에 가서 산전검사를 했고 정서방과 저 둘 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제 우리가 마음먹은 순간 바로 되겠구나'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죠. 그러나 한 달 두 달 실패를 하고 나서는 그래 뭐 그렇게 금방 생기겠어?라고 생각을 했다가 이제 점점 아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1년이 채워가다 보니 점점 더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서방은 제가 너무 조급해하는 거 같다면서 조금은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옆에서 계속해서 저를 다독거려 줬습니다. 물론 실제로 주변에서 아이를 낳으신 분들의 경우에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절대 조급하지 말아라"라고 항상 조언을 해주는데,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도 제발 마음을 비우고 조급해 지기 싫은데, 항상 임테기를 할 때쯤이면 이번에는 제발 성공해라, 제발 좀 2줄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결국 이런 생활에 지쳐서 저는 일반 산부인과에 방문을 해서 처음으로 배란초음파를 봤고, 처음 초음파로는 실패를 해서, 2번째 방문 때 배란유도제인 클로미펜을 처방받아먹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약 부작용을 느끼지 못했고, 난포도 잘 자라서 의사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 역시 남편과 함께 잘 해결을 하고 난 후 일주일 후 부터 임신 증상놀이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설레는 마음으로 2주 후 바로 얼리 임테기를 해봤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세상 단호박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사실 이번에 제가 이렇게 마음이 울적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임신 증상놀이를 실컷 했기 때문이죠. 흔히 임신을 준비하고 계시는 가임기 여성분들이 주로 하는 놀이인데, 사실 말이 놀이지 이게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모릅니다.

 

1. 갑자기 잠이 쏟아짐

2. 가슴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

3. 기초 체온이 올라가기 시작

4. 더위를 잘 타던 내가 밤에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다

5. 왼쪽 자궁 부위? 가 콕콕거렸다.

 

 

기대감에 부풀었던 내 마음을 한순간에 가라 앉힌 한줄

 

그러나 이런 임신 증상놀이를 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임테기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단호박 한 줄이 나왔습니다. 워낙 생리 주기가 늦은 편이니 반응이 늦은 걸 꺼야 라고 생각을 하지만, 왠지 이번에도 다시 내일이나 모레 정도에 홍양이 찾아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왜 여자의 감은 대부분 맞을까요? 제발 이번에는 이 감이 틀리고 싶어요..

 

심지어 이번 달이 더 슬픈 것은, 내가 딸을 낳아서 친정집에 가는 꿈도 꾸고, 새언니가 셋째를 갖았다고 하는데 그 아이 역시 딸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더 혹시? 이번에는?이라는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내가 얼마나 임신 증상놀이에 몰두했으면 이틀이나 연속으로 이런 꿈을 꾸나 싶기도 했답니다.

 

무튼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 오늘 아니면 내일 홍양이 찾아오겠지? 마음을 비우고 다음 달에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과, 이대로 계속해서 홍양이 찾아오지 않고 정말 기적처럼 아기가 나에게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인 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결국 완전히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소리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작정하고 마음 먹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를 해왔던 만족감을 느껴왔는데, 임신을 준비한 지 언 1년이 다가오니 점점 임테기를 할 때마다 자존감도 함께 잃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특히 이맘때쯤이면 감정 기복이 무슨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었다, 평온했다, 울적했다, 화가 났다 기분이 왔다 갔다 합니다.

 

나는 이미 엄마가 될 준비가 끝이 났는데, 아직은 그 준비가 부족한지 아직 찾아오지 않는 아기야. 다소 부족할 수 있더라도 노력할 테니 이제 나에게도 한번 찾아와 주면 안 되겠니?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나에게 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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