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니의 소소한 이야기

우울한 날이다. 머리로는 이번에 임신이 안되면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절대 조급해하지 말자. 몸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아직 31살이면 나쁘지 않아.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마음은 상처를 입고 답답하고 속상해한다. 배란유도제를 처음 처방받아먹었을 때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성공한다"라는 기대를 잔뜩 갖고 있었던 탓일까? 막상 내가 원하는 데로 임신이 되지 않았음을 임테기로 확인을 하고 나서 뭔가 허망? 하다고 해야 할까. 단어로는 정확히 설명이 안되지만 실망감이 아닌 뭔가 마음이 벙지는 느낌이 든다.

 

월요일에는 단호박 한 줄을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양이 찾아오지 않아서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임테기를 해봤는데 역시나 단호박 한 줄이 나왔을 때, 내 몸은 분명 예전과 다른 상태였던 것 같은데 결국 그냥 내가 너무 간절히 바래서 모든 일들을 다 임신 극초기 증상에 대입을 시켜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아침에 너무 울적해서 남편에게 안아달라고 하니 비몽사몽에 내 상태를 알고선 조심히 안아주는 정서방. 괜찮다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이미 남들한테 다 이야기 들어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괜찮으니 마음 편히 먹으라는 말에 괜스레 다시 또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우는 것을 알았는지 분위기를 바꾸려고, "뚜찌, 뿌끄 엄마 우니까 와서 위로해줘"라는 말로 나를 위로해준다. 하..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나는 단번에 임신이라고 말할 거다.

 

어제 아침에 단호박 임테기를 보고 나서 점심을 먹고 난 후부터 배가 알싸하게 아파오더니 아니나 다를까... 밤이 되니 아주 옅지만 홍양이 찾아왔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하.. 할 거면 빨리 하지 늦게 해서 사람 마음을 더 힘들게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바로 아침이었는데, 막상 홍양이 찾아오니 기분이 더 우울하다. 아침에 단호박인 임테기를 보고 당연히 임신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상처를 받는 것은 똑. 같. 다..

 

출처 : 언스플래쉬

 

왜냐? 그놈의 혹시나 때문에 인터넷에 '임신테스트기 한 줄 임신'을 검색해보고 혹시나 나와 비슷한 증상이 있던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실제로 한 줄이 나왔지만 증상은 분명해서 결국에는 두줄로 바뀐 사람이 없는지 이야기를 보면 또 한편으로는 마음의 위안과 함께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들은 부질이 없었다. 결국 나는 어젯밤 바쁜 일정으로 집에 들어오지 못한 정서방에게 따로 카톡으로 그날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그리고 내일 한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기로 말이다. 사실 나는 이번에 처음 배란유도제를 먹은 거여서 다음에 한번 더 도전하고 싶은데 정서방은 약은 좀 꺼려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들도 많고 내 몸에도 좋지 않으니 우선 그런 약보다 내 몸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몸이 차가운 편인 내 몸을 따뜻하게 먼저 만들어 놓고 다시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아이가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만의 아기도 아니고, 우리 두 사람의 결실로 맺어지는 거니 당연히 정서방도 생각이 많은 듯하다. 그러니 우리 부부는 다시 한번 이야기를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사실 그동안 내가 조급하게 굴었을지라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줬던 정서방. 내가 우울해하고 슬퍼할 때마다 눈치를 봤고, 그런 내 상태를 보고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로는 알아도 이미 주변에서 다 하는 얘기라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남한테 얘기하듯이 느낄 것 같아서 눈치가 보였고, 그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눈치를 보느라 힘들었을 정서방.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은 절대 우리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착한 정서방한테 요 한 달 동안 정말 눈치 보게 하느라 무척이나 미안하다.

 

마무리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부부들의 경우 대부분 여자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만큼, 남자 역시 똑같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임신을 시도했다 원하는 결과를 몇 달이 지나도 얻지 못하는 경우 여자가 느끼는 슬픔만큼 남자 역시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같이 우울해 있으면 서로 더 힘들어질까 봐 애써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어"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위로를 한다. 결국 나의 조급한 마음과 행동들이 나도 모르는 새 남편을 눈치 보게 만들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좋은 생각만 하도록 노력하고 남편이 눈치 보지 않게끔 나 스스로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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