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1년의 신혼생활을 즐기고 나면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아기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무척이나 조급할 뿐. 나의 조급함으로 인해서 남편은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를 적었던 것이 바로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글을 적고 나니 남편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생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번에도 다시 한번 배란유도제 클로미펜을 복용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작은 의견 충돌이 생겼다.
남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어서 남편이 약을 먹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딱 한번만 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한번 더 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다른 것보다 내 건강이 제일 우선이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뭐든지 약을 먹는 것은 좋지 않고, 내가 먹는 배란유도제라는 것은 결국 억지로 난포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갑자기 복통이 일어나거나 구토를 하는 증상은 없더라도 분명 몸에 해로울 거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 역시 남편이 부담될까봐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항상 숙제를 하고 나서 2주가 되면 임테기를 갖고 아침 일찍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 모습이 보이거나, 또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뒤 안방으로 들어가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고 어렴풋이 내가 얼마나 또 상처를 받았는지를 잘 아는 남편이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지금 간절히 아기를 바라는 지도 잘 알고 있는 것 역시 남편이다.
나 역시 남편이 나를 위해서 약을 먹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마음 한편에 '왜, 하루빨리 갖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말하는 데로 모두 다 맞추어준 남편이기에 이번에는 바로 배란유도제 클로미펜을 복용하기보다는, 손발과 배가 원체 차가운 내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한약을 먹어보기를 원했고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사실 남편역시 한방 쪽으로는 잘 모르기도 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둘 다 검사를 한 결과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내 몸을 따듯하게 하는 한약을 먹는 것이 더 내 몸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기를 갖는다라는 생각보다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내 몸이 원활하게 혈액순환이 되도록 바꾸고 나서 다시 한번 도전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결국 나는 남편의 말에 동의를 했다.
사실 보약의 경우 남편이 해주려고 했지만, 지난번 내 손을 만졌을 때 생각보다 너무 차가운 내 손을 만지고 나서 친정아빠가 직접 보약을 해주고 싶다는 말에 우리는 부모님이 계신 천안으로 가서 지난 토요일에 한약을 짓고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손발이 차갑다고 해서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내 몸상태가 자궁 쪽에 어혈이 있기 때문에 어혈을 배출하면서, 대장까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약을 해주신다고 하셨다(나는 변비가 심하다 ㅠ.ㅠ) 다들 나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이번달은 나 역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친정아빠가 해주신 보약을 잘 먹은 후, 부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본다.